모음곡

모음곡(Suite)

모음곡은 오랫동안 모든 기악곡 유형 중 가장 대중적인 것이었다. 원래는 춤의 반주 음악으로 만들어졌지만, 나중에는 무곡(춤곡) 자체를 위해 작곡하게 되었다. 모음곡의 기원은, 이미 16세기에 볼 수 있는 짝수박자(4/2,4/4등)의 무곡과  리듬적 변주인 홀수박자(4/3,8/3등)무곡의 결합에서 그 구성을 찾을 수가 있다. 이 두 무곡의 결합은 모음곡으로 발전해 가는 과정에서 나라와 시기에 따라 다양하게 발전되었다. 

13세기와 14세기에는

에스탕피(Estampie)라는 기악 형식의 무곡이 있었는데  여러 개의 부분으로 구성되며 각 부분은 반복된다. 그 다음 15세기에는 프랑스 궁정에서 시작되었다고 알려진 바스 당스(Basse Danse)가 등장하는데, 이 무곡은 두 곡씩 쌍을 이루고, 첫 번째 것은 보통 빠른 2박자의 짝수 박자 계열이고, 두 번째 것은 보다 빠른 3박자의 홀수 계열이다. 이러한 박자와 분위기의 이중적 대비는 이후에 쌍을 이룬 다른 무곡에서도 많이 등장한다. 16세기와 17세기 초의 무곡에서는 화성적 양식들이 자주 등장하여 전 유럽을 통해 공용화 되었으며 음악의 중심지가 교회로부터 궁전으로 이동하면서, 궁정 발레와 궁정 오페라의 양식이 확립되었다. 17세기 프랑스의 궁정 발레에는 기존의 알르망드(Allemande)와 쿠랑트(Courante) 외에 다수의 무곡이 추가되었다. 이들 중에는 미뉴에트 사라반드, 가보트, 부레, 파스피에 그리고 루르 등이 있다. 여기에 폴로네즈와 앙글레즈와 같은 외국 무곡이 추가되었다. 또한, 원래 춤과는 연관이 없는 론도 형식도 악곡에 추가되었고 프랑스 서곡 (French Overture: 륄리가 고안해 낸 형식으로서 점음표가 있는 박자를 갖춘 느리고 장엄한 도입부와 푸가의 형식을 갖춘 악장으로 구성)도 추가되었다. 

표준적인 모음곡(Suite)의 구성은

프로베르거(J.J. Froberger:1616-1667)에 의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기본 계획은 4개의 대조적인 각국의 무곡으로 구성된다. 즉, 독일의 알르망드, 이탈리아의 코렌테 스페인의 사라방드 그리고 영국의 지그로 구성된다. 
 대부분 모음곡은 연속해서 연주될 무곡의 모음으로 일반적으로 각 무곡은 인접한 무곡과 빠르기나 분위기는 다르다. 다만, 분위기는 바뀌지만 빠르기는 바뀌지 않은 동일한 두 무곡과, 빠르기와 분위기가 모두 일정하게 유지되는 두블(Doubles)은 항상 예외이다. 그러나 몇몇 매우 긴 모음곡들은 단일한 조로 이루어진 악곡들의 모음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며, 연주자는 필요로 하는 만큼의 시간으로 이루어진 곡들의 모음을 선택하여 연주할 수 있다.

17세기 독일에서는

작곡가들이 각자 자신의 표준 모음곡 형식을 가지고 있었다. 이를테면 포이에를(P.Peuerl 1570/80경∼1625이후)은 파두아나-인트라다-단쯔-가야르드, 샤인(J.H. Schein 1586∼1630)은 파바느-가야르드-쿠랑트-알르망드-트리플라 등의 구성을 사용했다.   당시 유럽 음악의 진원지였던 이탈리아에서는 그러한 실내악 모음곡을 <실내 소나타>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모음곡의 대표적 작곡가인 코렐리의 작품은, 프렐류드-알르망드-쿠랑트(또는 사라반드)-지그(또는 가보트)와 같은 자유로운 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프랑스는 쿠프랭(1668∼1733)에서 정점을 맞이한 클라브생(쳄발로) 모음곡의 역사에 있어서 이룩한 역할이 매우 큰데, 과거부터 있었던 알르망드, 쿠랑트, 사라반드, 지그를 바로크적으로 발전시켰고, 거기에 1700년경부터 많은 새로운 무곡을 만들어 냈다. 어떤 모음곡에서는 동일한 유형의 무곡이 두 곡 이상 나란히 나타나는데, 이를 두블(double) 또는 변주곡이라 부른다 

전통적으로, 바로크 시대의 모음곡은

여러 나라의 춤곡을 모아놓은 곡을 가리킨다. 이 시대의 널리 알려진 모음곡으로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이나 관현악 모음곡 등이 있다. 모든 바로크 음악 형식과 마찬가지로, 모음곡 역시 바흐에서 정점을 이룬다. 쳄발로를 위한 프랑스 모음곡, 영국 모음곡, 6곡의 파르티타가 그 대표작이다. 바흐가 사용한 모음곡의 표준적인 형태는, 알르망드­쿠랑트­사라반드­지그의 구성으로서, 대부분은 알르망드 앞에 자유로운 프렐류드(전주곡)가 붙고, 사라반드와 지그 사이에는 여러 가지 타입의 무곡이 하나 내지는 그 이상 삽입되어 나타난다. 그리고 거기에 삽입되는 무곡으로는 미뉴에트, 부레, 가보트, 파스피에, 폴로네즈, 앙글레즈, 루르, 에르 등을 들 수 있다. 

고전시대로 접어들면서

헨델의 "수상 음악", "왕궁의 불꽃놀이" 등과 같이 하나의 주제를 매개로 하며 춤곡이라는 제약을 벗어나 선율, 작곡방식, 시대상황의 바탕이 되는 여러 가지 연관성을 바탕으로 한 모음곡이 많이 작곡되었다. 바로크 시대에 애용되었던 전통적인 무곡이 쇠퇴해 버린 후의 19세기부터는 다양한 성격의 악장을 자유로이 연결한 근대 모음곡이 작곡되었다. 이 종류의 모음곡은 19세기말에 인기를 모았는데, 그 중에서도 오페라나 발레로부터 편곡된 관현악용 모음곡이 많다. 이 곡들은 오페라나 발레에서 아름답고 대중적으로 인기가 좋은 관현악곡 몇 곡을 골라 관현악 오케스트라 연주용으로 편곡한 것으로, 대표작으로는 차이콥스키의 3대 발레음악 모음곡(호두까기 인형, 잠자는 숲속의 미녀, 백조의 호수), 비제의 “카르멘”과 “알를르의 여인”모음곡, 그리그의“페르귄트”모음곡 등이 있다. 물론 낭만주의 시대에는 이런 극음악이 아닌 처음부터 모음곡 형태로 씌여진 곡들도 많다.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 무소르그스키의 피아노 모음곡 "전람회의 그림" 등이 그 예이다.